SD 초양 2 인터뷰 답변 초안
1. 초양, 그 이후
Q1. 「SD 초양」 출시 이후 실제로 사용되는 모습을 보면서 예상과 달랐거나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었나요?
글자를 만들 때는 흑백 화면에 글자만 계속 들여다보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막상 출시되고 나서 실제 쓰이는 초양을 마주하면 전혀 다르게 느껴져요. 유튜브 채널 [개과천선 서인영],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에서 가끔 「SD 초양」으로 나타난 썸네일이나 자막을 보면 신기했습니다. 그런 걸 보면서 제가 설계할 때 강조했던 지점과, 실사용자가 반응하는 지점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작은 크기로 본문에 쓸 때는 단단하면서 투박한 인상 그대로였지만, 크게 썼을 때는 다양한 이미지 속에서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Q2. 기존 1종에서 6종의 패밀리로 확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처음부터 웨이트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나요?
"처음부터 다중 웨이트 구조까지 짜진 않았지만 확장을 염두에는 두고 있었고, 실제로는 결정 이후 자연스럽게 제작으로 이어졌다"는 답변
초양을 처음 만들 때는 구조 정리를 해서 작은 크기의 본문용 폰트(단일 웨이트로 설계할 당시의 목표)에 집중했던 기억입니다. 패밀리 확장 생각은 처음부터 있었지만 레귤러의 구조에서 다른 굵기의 구조까지 짰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예시 이미지 있으면 좋겠음)
예를 들면: ‘뎔’자 같은 곁줄기가 있는 ‘뎌’계열 받침 글자의 Regular와 Heavy의 구조 조정이 있습니다.
「SD 초양」 특징인 ‘존재감이 큰 짧은 기둥과 곁줄기’가 두꺼운 굵기로 갈수록 공간 배분이 어려웠습니다. 결국은 속공간을 위해서 조정을 하면서 Heavy만의 구조가 생긴 것 같습니다.
또한 처음에 지금 Heavy보다 더 두꺼운 Black도 생각이 있었지만 실제의 사용성 측면에서 모든 웨이트에서 비슷한 구조와 특징을 유지하기 위해 Heavy까지 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웨이트 확장을 염두에 두었지만 실제로 확장을 결정한 이후로 굵기 테스트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제작 단계로 이어진 쪽에 가깝습니다.
2. 하나의 글꼴에서 하나의 패밀리로
Q3. 하나의 웨이트를 완성하는 것과 6종의 패밀리를 만드는 것은 작업 방식에서 어떻게 달랐나요?
하나의 웨이트를 만들 때는 이 폰트의 기본적인 구조와 낱자 하나하나의 조형을 끝까지 파고드는 방식이라면, 패밀리를 만들 때는 '시스템'을 먼저 설계하는 쪽으로 사고 방식이 바뀝니다. 마스터를 어디에 두고 중간 웨이트를 인터폴레이션으로 끌어낼지, 어느 지점은 인터폴레이션에 맡기고 어느 지점은 개별적으로 손봐야 할지를 정해야 하니까요.
처음에는 Glyphs에서 기존 Regular를 활용해서 SemiBold와 Heavy로 총 3개의 마스터를 두고 작업했지만, Bold, ExtraBold의 세밀한 굵기와 속공간 디테일을 조정하기 위해 Dummy SemiBold 마스터를 만들어서 실제로 4개의 마스터로 작업했습니다.
한 웨이트를 완성할 때는 안 보이던 문제들, 예를 들어 특정 자소가 굵어질수록 속공간이 애매하게 붙어버리거나 떨어질 경우, 또는 Heavy에서 보정이 들어가서 Bold, ExtraBold에서 너무 얇아보이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인터폴레이션 과정에서 한꺼번에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더미 마스터를 통해서 해결했습니다.
Q4. 굵기가 달라져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 '초양다운' 특징은 무엇이었나요?
초양의 투박한 속공간과 시대적인 활자의 조형 특징입니다.
Regular를 만들 때와 판단의 기준이 비슷했습니다. 디자이너의 감각으로, 부담과 매력 사이의 미묘한 경계에 있는 부분을 판단했습니다. 활자의 의도와 구조적 맥락을 먼저 이해한 뒤, 조형적으로 너무 과하지 않도록 전체적인 통일성과 균형을 기준으로 정도를 조정해서 SD 초양만의 개성이 드러나도록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과하게 변화하는 겹기둥, 존재감이 큰 짧은 기둥과 곁줄기, 속공간을 위한 비대칭, 획 끝이 벌어진 삐침과 비낌 등이 있습니다.
굵기를 확정하면서 이런 특징들을 속공간 보정, 또는 굵기 보정을 위해 어느 정도 조정했지만 이 부분들만큼은 웨이트가 아무리 극단으로 가더라도 훼손되면 초양이 아니게 된다고 생각해서, 매 웨이트마다 이 지점을 기준으로 삼아 검토했습니다.
Q5. 반대로 기존 초양에서는 자연스럽게 작동했지만, 굵기가 달라지면서 수정하거나 포기해야 했던 특징도 있었나요?
네, 있었습니다. 원래 웨이트에서는 문제없던 디테일을 극태로 갈 때 수정해야 했던 구체적 사례입니다. 그 예로 자소 간 간격을 들 수 있습니다.
(예시 이미지 있으면 좋겠음)
'민'처럼 기둥과 받침 'ㄴ'이 조합된 글자에서는, 기둥이 긴 형태가 SD 초양의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얇은 Regular에서 기둥과 받침’ㄴ’의 사이 공간이 크게 어색하지 않았으나 굵기가 두꺼워질수록 사이공간이 눈에 띄어서 속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기둥의 길이를 줄였습니다. 원래 Regular에서는 특징적인 디테일이 다른 굵기에서는 오히려 부자연스러워지는 경우가 있어서, 그 지점에서는 '초양다움'을 지키는 선에서 형태를 다시 그리는 쪽을 택했습니다.
Q6. 여섯 웨이트 중 가장 만들기 어려웠던 굵기는 무엇이었나요? 실제 글자를 예로 들어 설명해주세요.
(예시 이미지 있으면 좋겠음)
통상 극태 쪽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데요. 여섯 웨이트 중 Heavy가 가장 까다로웠습니다. 예를 들어 ‘첫’자 같은 경우에 초성’ㅊ’과 겹줄기가 있는 중성이 만난 구조에서 두꺼운 획의 ‘ㅊ’의 비낌이 겹줄기와 만나 속공간이 사라져서 뭉치는 문제가 있어서 초성 ‘ㅊ’의 폭을 왼쪽으로 줄이면서 겹줄기도 SD 초양의 긴 특징이 사라지지 않도록 길이, 위치, 굵기를 조정했습니다.
3. 원전에서 패밀리로
Q7. 원전에는 지금과 같은 6단계 굵기가 없었을 텐데요. 새로운 웨이트를 만들 때 어떤 기준으로 초양의 구조를 확장했나요?
원전이 바탕으로 삼았던 《조선말 큰사전》의 한글 민부리 활자를 말씀을 한 거죠? 원전 자체가 하나의 굵기로 완결된 형태였기 때문에, 확장의 기준을 원전 안에서 찾기보다는 해당 굵기의 쓰임을 기준으로 세웠습니다. 물론 사용자가 자유로운 사용에 따라 쓰임이 따르겠지만 원전에서는 사용되던 활자를, 굵기별로 본문과 제목 등 적합한 크기와 다양한 매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확장하고 정리하였습니다. 본문용 폰트의 쓰임으로 시작한 Regular는 8~10pt 정도 작게 쓰인 본문 환경에서도 획이 뭉쳐보이지 않게 주표제어(타이틀) 용도로 사용되던 원전보다 미세하게 얇게 디자인하였습니다. 또한 Medium과 SemiBold는 짧은 문장으로, Bold와 ExtraBold는 소제목으로, Heavy는 제목으로 쓰임의 기준을 생각하면서 SD 초양을 확장했습니다. 그래서 제작하면서 글자를 검토할 때 항상 그 쓰임에 맞는 크기로 검수하고 결정했습니다.
Q8. 여섯 웨이트를 만들고 나서야 새롭게 발견한 '초양의 본질'이나 조형적 특징이 있었나요?
Q9. 작업하면서 가장 새롭거나 의외라고 느껴졌던 웨이트는 무엇인가요?
솔직히 전부 예상했던 범위 안의 작업이었습니다. 특정 웨이트보다는, 앞서 (Q1에서) 말씀드렸듯 출시 이후 제가 설계할 때 강조했던 지점과 실사용자가 반응하는 지점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제작자로서는 오히려 사용자의 사용에 따라 만들어질 새로운 SD 초양의 인상을 더 기대하고 있습니다.
Q10.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싶은 웨이트가 있다면요? 어떤 작업에 써보고 싶나요?
개인적으로는 Heavy를 가장 써보고 싶습니다. 만들기 제일 힘들었거든요(웃음). 만들기 가장 힘들었던 만큼 애착이 가서요. 제가 전시 보는 걸 좋아해서, Heavy가 멋진 그래픽이나 사진과 함께 전시 제목으로 쓰이면 좋겠습니다.
4. 확장된 초양의 쓰임
Q11. 1종이었던 초양과 6종이 된 초양은 실제 디자인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하나요?
1종일 때는 SD 초양 자체가 하나의 '톤'을 정하는 선택이었다면, 6종이 된 지금은 하나의 브랜드나 프로젝트 안에서 위계와 대비를 SD 초양2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활용이 사용자의 설계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의 SD 초양2는 제목/본문 위계, 편집 디자인에서의 강약 조절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고 생각합니다.
Q12. 초양2를 처음 사용하는 디자이너에게 추천하고 싶은 웨이트나 사용법이 있다면요?
처음 사용하시는 분들께는 우선 Regular로 짧은 본문을 조판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속공간과 곁줄기, 짧은 기둥 같은 SD 초양의 기본 구조가 가장 잘 드러나는 웨이트가 Regular이기 때문에, 여기서 상대적으로 얇은 Regular, Medium과 SemiBold로 먼저 감을 잡아보면 초양만의 개성을 더 잘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특히 추천하고 싶은 Heavy는 세밀한 조정이 많이 들어간 만큼 존재감이 강한 웨이트라 포스터나 전시 타이틀처럼 임팩트가 필요한 곳에 써보시길 추천드립니다.